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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부족주의’에서 벗어나라

등록일 2022-10-03 18:10 게재일 2022-10-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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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21세기의 문명국가,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부족전쟁’이 한창이다. 부족전쟁을 이끌고 있는 각 진영의 지도자는 물론, 그 진영에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 부족 구성원들 간의 대립도 심각하다. 전선(戰線)은 내정과 외교를 가리지 않는다. 정부여당은 전 정권에 대한 ‘신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그리고 야당은 현 정권의 ‘편파적 수사’를 이유로 부족의 사활을 걸고 전쟁 중이다.

예일대 에이미 추아(Amy Chua) 교수는 ‘정치적 부족주의(political tribalism)’에서 “부족본능은 소속본능인 동시에 배제본능”으로서 “부족주의자들이 위기감을 느끼게 되면 똘똘 뭉치고 더욱 폐쇄적·방어적·징벌적이 되며 ‘우리 대 저들’의 관점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패거리 부족주의, 그리고 그 패거리의 이익을 위해서 내로남불·유체이탈·자가당착 등 온갖 꼴불견 행태를 보이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부족주의에 노예가 된 한국정치의 비극이다.

부족주의 정치는 ‘좀비정치’다. 좀비정치는 ‘우리는 선’, ‘저들은 악’으로 규정하고,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해서 상대를 공격하고 물어뜯는 정치다. 분노와 증오의 부족주의 정치는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 지배하고 있으며, 부족의식이 강한 사람일수록 정치행태는 폭력적이고 적대적이다. 그들은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고 생각한다. 팬덤(fandom)정치가 위험한 이유는 편향된 인식과 과격한 행태가 결국 ‘좀비정치화’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부족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추아가 지적했듯이 “부족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집단의 목표에 유리한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만들어서 현실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부족은 ‘상대를 악마화’하여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이익공동체’이며, 역지사지(易地思之) 능력을 상실하여 민주정치가 요구하는 대화와 타협을 어렵게 한다. 특히 대통령이 정치적 부족주의에 매몰되면 ‘국민의 리더(leader)’가 아니라 ‘진영의 보스(boss)’로 전락함으로써 나라는 갈등과 분열로 망국의 길을 가게 된다.

부족주의 좀비정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대화에 필요한 ‘균형의 힘’을 키워야 한다. 모든 인간은 ‘천사’와 ‘악마’의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능력도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이 완벽한 신의 흉내를 내는 것은 잘못이다. 이것은 어떤 정치권력이나 정치적 부족도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정치적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독선과 아집을 버려야 한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로 ‘보수는 진보의 충고’를, 그리고 ‘진보는 보수의 고언(苦言)’을 경청해야 한다. 특히 부족 내부의 문제에 대한 자기성찰, 즉 ‘보수는 보수를 비판’하고 ‘진보는 진보를 비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정치적 부족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때 지식인과 언론의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역할이 중요함은 물론, 국민들도 늘 깨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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