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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등록일 2022-09-12 18:00 게재일 2022-09-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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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민

꿈이 하나여서 무겁지는 않지만

속이 훤히 보여서

비밀을 넣어 두면 뜨끔거렸다

간직해야 하는 비밀이 두꺼워질수록

아픔은 무뎌지고 파도는 순해졌지만

섬은 선홍의 피로 물이 들었다

 

가끔 바다의 호명을 받으면

가난한 내 꿈은

하나뿐인 불구의 날개로

파도의 현을 타고 날아다녔다

어느 태양계의 혈통인지

나는 내가 궁금하다

시인은 내밀하게 고통을 겪으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보여준다. 그를 초대하지 않는 이 세계에서, 그 꿈은 비밀로 간직해야 했다. 그리고 비밀스럽게 오래 간직한 그 꿈이 점차 두꺼워지자 아픔도 무뎌졌다. 하나 그 꿈이 사라지지 않고 삶의 내부를 “선홍의 피로 물”들여 왔다는 것을 감지하면서, 시인의 정열은 ‘바다의 호명’에 반응하기 시작하고 꿈이 다시 활성화된다. 이것이 그를 시로 이끈 이유일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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