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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를 켜라

등록일 2022-09-06 18:00 게재일 2022-09-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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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

봄은 당신의 잇몸 발가락 엉덩이

향기롭다 시끄럽다 다정하다

나는 인생의 정점에서 입술을 잃었네

뒤통수를 잃었네

당신의 표정과 눈빛이 되살아났지

 

신발 한 짝을

낡은 가방을

뜨겁게 노래한다네

나와 어울리지 않는 걸음걸이로 비딱하게

뿌리가 없어도 좋다네

여러 개의 목소리로 서서

길이 지워지는 것을

새로 태어나는 것을

본다 (부분)

 

도래한 봄은 향기롭고 시끄럽고 다정하다. “당신의 표정과 눈빛이 되살아”난다. 되살아난 당신의 육체를 감각할 수 있게 되면서, 시인은 “여러 개의 목소리로”, “뜨겁게 노래”하며 살리라는 의지를 갖게 된다. 삶의 과정과 함께 할 “신발 한 짝”과 “낡은 가방”에 대한 노래를. 시인의 시 원고가 담겼을 “낡은 가방”은 시인으로서의 삶을 상징하리라. 그러자 이제 지나왔던 길은 지워지고 새로운 길이 태어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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