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근
태풍이 지난 후
고요를 되찾은 바다
어부는 갈매기와
낙조를 나누어 갖는다
산사에서 울리는 북소리는
가슴과 머리와 피부에서
작은 감동을 나눈다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천둥소리 새 소리
낙엽 밟는 소리
자연의 소리는 거짓을 나누지 않는다
꽃과 벌은 나눔으로 꽃은 열매를
벌은 꿀을 얻는다 (부분)
자연의 존재자들은 거짓을 나누지 않는다. 그 자연의 존재자들이 나누는 나눔은 사랑의 행위이다. 낙조를 나누는 어부와 갈매기는 자연의 인력-사랑-으로 맺어져 있다. 북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의 “가슴과 머리와 피부”도 “작은 감동을” 나눈다. 이 나눔이 없다면 신체의 유기성은 불가능하다. 사랑은 이 세계의 뭇 삶들이 계속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자연의 순리이며, 이 순리는 나눔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