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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새벽

등록일 2022-07-12 18:05 게재일 2022-07-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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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환

새벽 바다는 외롭고 깊고 쓸쓸하다

 

흐린 수평선 쪽으로 어둠 밋밋하게 물러가며

 

구름 사이로 붉은 울음을 토하고

 

갈매기들 한 줄로 나란히 파도 위에 앉아

 

참선(參禪) 삼매경(三昧境)에 빠져있다

 

이런 새벽은 달항아리 같아

 

외롭고 깊고 쓸쓸한 것들이

 

그득해져서 아름다운 그늘이 된다

이 시는 새벽 바다가 아름다운 그늘이 된다는 역설적 발견을 보여준다. “밋밋하게 물러가”는 어둠의 자리를 차지하는 ‘구름 사이’의 “붉은 울음”, 그 울음이 떨어지고 있는 바다 위에 나란히 앉아 “삼매경에 빠져 있”는 갈매기들. 이들이 연출하는 쓸쓸한 새벽의 풍경은 ‘달항아리’처럼 세계를 둥글게 품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저 세계는 달항아리 속처럼 깊고 그득해져서 세계의 그림자-그늘-를 드러내고 있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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