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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평원을 달리다

등록일 2022-07-10 18:00 게재일 2022-07-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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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희

당신은 잠에서 깬 듯 구름을 갈아엎어 씨를 뿌리고

영문 모르는 새떼들 아직 하늘에 떠 있지

찬란한 적막을 탐닉하던 붉은 노을이

나무들의 귀를 당겨

세상에는 없는 은유법으로 속삭이는 것을 보았지

 

잎을 다 버린 나무들의 모세혈관이

하늘에 탁본되고 있었지 (부분)

잠자고 있다가 깨어나 “구름을 갈아엎어 씨를 뿌리”는, 즉 비를 내리게 하는 당신은 신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구름을 만들어 뿌리는 씨-비-는 세계에 신성을 스며들게 할 것이다. 신성이 스며든 세계에서는 ‘붉은 노을’이나 ‘나무들’ 등이 서로 “세상에는 없는 은유법으로 속삭”이고, 모든 존재자들이 서로를 비추며 ‘탁본’되는 관계에 놓이게 될 터, 그렇게 저 풍경은 신성-당신의 씨-을 표현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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