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원
겨울산을 오른다
가쁜 숨 몰아쉴 때마다
하얀 안개가 핀다
입을 다문 산꽃나무들
흔들어 깨운다
발걸음 옮길 때마다
꽃 한 송이씩 피어낸다
오를수록 더 흐드러지는 꽃밭
능선엔 아직 꽃망울인데
숨이 턱에 다다른 정상에서
한꺼번에 개화하는 겨울꽃
화르륵 불타오르는 화염에
화상을 입은 채로
하얗게 물든다
시인은 산을 오르고 있다. 계절은 겨울이다. 겨울산은 어느 곳보다도 춥고 그곳의 바람은 거셀 것이다. 하지만 이 산의 꽃은 가장 추울 산의 정상에서부터 피어나기 시작한다. 생명의 아름다움은 힘든 상황일수록 꽃망울로 피어난다. 그 꽃은 생명의 불꽃이 일구어내는 화염으로 뜨겁다. 꽃의 색깔이 하얀 것은 그 불꽃에 의해 화상을 입어서다. 겨울을 이겨내고 생명의 힘으로 스스로 불타오론 ‘겨울꽃’.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