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메마른 영혼들을 위해
마르지 않는 깊고 맑은 우물을 파는
상이군인 한 사람을 보았다
의탁할 곳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어주는 사람
베트남 투이호아 전투에서
부비트랩에 두 다리를 잡아먹히고
나락에서 겨우 살아 돌아왔다는 사람
그 덕택에
마음 속 신비로운 통로를 보게 되었다고
쑥스럽게 머리를 긁는 사람 (부분)
위의 시의 상이군인은 “깊고 맑은 우물을 파”서 우리를 적셔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는 베트남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었지만, 그때 거의 죽을 상황에서 살아났다는 데에 더 의미를 두었다. 그래서 그의 마음속에 신비로운 통로가 뚫릴 수 있었던 것. 그는 절망 속에서 삶의 신비를 경험하고는 희망을 얻게 된 자신의 체험을 “의탁할 곳 없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면서, 그들의 쉼터가 되어주었던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