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
아침이 녹는다
밤새 더럽혀진 눈이 녹인다
녹는다는 것은 검은 것의 미아,
하얀 것은 검은 것이 지워버리는 미로,
녹인다는 것은 눈과 눈 사이에 머무는 것이다
‘검은 것’(밤)으로 ‘하얀 것’(아침)을 녹여버리면서, 즉 하얀 눈이 검게 더럽혀지면서 생기는 “눈과 눈 사이”(이 ‘눈’은 雪의 의미와 目의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에 머물며 사는 길이 있다. ‘검은 것’의 ‘미아’가 된 눈. 그러나 이때 하얀 것 안에 ‘미로’가 생겨난다. 더럽혀지는 눈과 지워지는 눈 사이에 생기는 이 ‘미로’는, “붉은 고기 덩어리처럼” 처절한 죽음의 밤에도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준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