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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기토, 나무에 대하여

등록일 2022-07-03 18:01 게재일 2022-07-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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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열

나무

라고 나직히 읊조리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관통하는 짜릿한 전율

 

남을 탐하지 않고도

단지 빛과 수분만으로도 넉넉히 자라는

엽록소

 

 

 

그러면서도 나무

라고 부르는 입술 속 타액까지

나무

라고 바라보는 두 눈의 눈물까지

모조리 빨아들이는

이. 중. 적. 식. 물. 성

‘나무’라는 말을 “나직히 읊조”릴 때, 나무의 자연성이 몸으로 들어오고 몸은 전율을 느끼면서 자연으로 빨려 들어간다. ‘나무’라는 말을 하기 전에는, 저 자연은 수동적인 이미지에 불과했다. 하지만 말을 통해 나무(자연)는 수동적이면서 능동적인 성질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이 마술적인 말 ‘나무’는 바로 시를 비유할 터, 시는 자연을 능동적으로 변환시키는 동시에 인간의 몸을 자연과 밀접히 접속시킨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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