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열
나무
라고 나직히 읊조리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관통하는 짜릿한 전율
남을 탐하지 않고도
단지 빛과 수분만으로도 넉넉히 자라는
엽록소
그러면서도 나무
라고 부르는 입술 속 타액까지
나무
라고 바라보는 두 눈의 눈물까지
모조리 빨아들이는
이. 중. 적. 식. 물. 성
‘나무’라는 말을 “나직히 읊조”릴 때, 나무의 자연성이 몸으로 들어오고 몸은 전율을 느끼면서 자연으로 빨려 들어간다. ‘나무’라는 말을 하기 전에는, 저 자연은 수동적인 이미지에 불과했다. 하지만 말을 통해 나무(자연)는 수동적이면서 능동적인 성질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이 마술적인 말 ‘나무’는 바로 시를 비유할 터, 시는 자연을 능동적으로 변환시키는 동시에 인간의 몸을 자연과 밀접히 접속시킨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