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옥
집으로 돌아올 때 가로등은 해가 지고 해가 뜰 때까지 혼자 점멸하지요 우린 이 생을 무사히 마칠까요 떠돌아다니다 죽고 미쳐죽는 그 일 말이지요 살아 한 순간 같은 거리에 놓인 적 없지만 그래도 한데 묶여있기는 하겠지요 그러나 분명한 건 집으로 돌아갈 때지요 꽃을 닮은 가로등이 당신 목뒤의 칩을 감지하지요 꽃잎이 활짝 펼쳐지면 집안으로 들어가고 밤새도록 꽃잎이 지켜보겠지요 그래도 당신은 뒤척이겠지만(부분)
‘창조’의 동인이기도 했던 김명순 시인은 알다시피 시와 소설, 그리고 희곡도 썼던 한국의 대표적인 ‘1세대 신여성’이었다. 그녀는 불운한 삶을 살아야 했고 결국 가난과 정신질환에 시달리다가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시인은 김명순 시인과 같은 불우한 운명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감지하면서, 동시에 그녀와 아름다움(꽃) 속에 같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고, 그녀에 대한 동병상련의 우정을 마음에 품는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