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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감

등록일 2022-06-28 18:46 게재일 2022-06-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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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섭례

바람과 햇볕이 안부만 묻고 간

폐가 앞마당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

단죄를 받고 있는 헤스터 같다

 

해인지 홍시인지 잠시 착시를 느낀

새 떼들이 붉은 살점을 먹기 위해

 

 

 

육박전 공중전 지상전

흙바닥에 잔여물까지

 

흔적도 없는 허기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단죄를 받는 것보다

허기란 전쟁과 살인의 주범이라는 것

(부분)

 

 

‘폐가’는 인간 문명이 무너진 장소를 의미한다고 확장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문명이 무너진 장소는 쓰레기장이 된다. 그런데 이곳에는 오직 홍시 하나가 “단죄를 받고 있는 헤스터”처럼 감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헤스터’는 ‘주홍글씨’의 주인공인 ‘간통녀’ 헤스터 프린을 지칭하는 것 같다. 홍시를 흔적도 없이 먹은 행위는, 영혼의 허기를 비난행위로 채우는 군중의 공격성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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