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섭례
바람과 햇볕이 안부만 묻고 간
폐가 앞마당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
단죄를 받고 있는 헤스터 같다
해인지 홍시인지 잠시 착시를 느낀
새 떼들이 붉은 살점을 먹기 위해
육박전 공중전 지상전
흙바닥에 잔여물까지
흔적도 없는 허기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단죄를 받는 것보다
허기란 전쟁과 살인의 주범이라는 것
(부분)
‘폐가’는 인간 문명이 무너진 장소를 의미한다고 확장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문명이 무너진 장소는 쓰레기장이 된다. 그런데 이곳에는 오직 홍시 하나가 “단죄를 받고 있는 헤스터”처럼 감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헤스터’는 ‘주홍글씨’의 주인공인 ‘간통녀’ 헤스터 프린을 지칭하는 것 같다. 홍시를 흔적도 없이 먹은 행위는, 영혼의 허기를 비난행위로 채우는 군중의 공격성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