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영
나도 내 꽃 피우고 싶다
바닷가 모래언덕 밋밋한 풀숲 지나
잡풀 사이 흰 색 작은 꽃이 웃는다고 하지
기름진 흙 아닌, 모래 틈에 솜털 박고
꽃자루에서 내려앉아 한참을 기어가도
비스듬히 누워 피고 쓰러지지 않는 꽃
내가 가진 것은, 봄 가뭄에도
잔털 돋아난 이파리가 제 멋에 춤추게 할
모래 한 줌뿐, 바람 불면 흩날리는 모래알들
더 이상 잃지 않으려고 다독이며 잠든다(부분)
시인은 “내 꽃 피우고 싶다”는 갈망을 가지고 있다. 영혼의 아름다움이 현현된 ‘시’를 의미할 테다. 시인은 큰 욕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는 “흰 색 작은 꽃”을 피우기를 갈망할 뿐이다. 하지만 그 꽃은 “한참을 기어가도” “쓰러지지 않는 꽃”이어야 한다. 가난하고 척박한 상황에서도 아름다움의 의지를 잃지 않는 꽃. 이 꽃을 피우기 위해 시인은 한줌의 모래알이라도 “더 이상 잃지 않으려고” 자신을 다독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