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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한 줌

등록일 2022-06-21 18:08 게재일 2022-06-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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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영

나도 내 꽃 피우고 싶다

바닷가 모래언덕 밋밋한 풀숲 지나

잡풀 사이 흰 색 작은 꽃이 웃는다고 하지

기름진 흙 아닌, 모래 틈에 솜털 박고

꽃자루에서 내려앉아 한참을 기어가도

비스듬히 누워 피고 쓰러지지 않는 꽃

내가 가진 것은, 봄 가뭄에도

잔털 돋아난 이파리가 제 멋에 춤추게 할

모래 한 줌뿐, 바람 불면 흩날리는 모래알들

더 이상 잃지 않으려고 다독이며 잠든다(부분)

 

시인은 “내 꽃 피우고 싶다”는 갈망을 가지고 있다. 영혼의 아름다움이 현현된 ‘시’를 의미할 테다. 시인은 큰 욕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는 “흰 색 작은 꽃”을 피우기를 갈망할 뿐이다. 하지만 그 꽃은 “한참을 기어가도” “쓰러지지 않는 꽃”이어야 한다. 가난하고 척박한 상황에서도 아름다움의 의지를 잃지 않는 꽃. 이 꽃을 피우기 위해 시인은 한줌의 모래알이라도 “더 이상 잃지 않으려고” 자신을 다독인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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