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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공의 비법

등록일 2022-06-20 18:21 게재일 2022-06-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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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화

새로운 도시가 생겨나는 매립의 땅

기다리지 않아도 어둠이 내리는 새 역사

때가 되면 날개 돋은 새끼들이 태어났다

땅 위에서 저공을 배운 어린 식솔들은

모래 헤엄을 지치다 물갈퀴를 얻었던 것이다

뒤웅뒤웅 과식한 탓에 졸고 있는 틈새

불콰한 가로등이 바닥을 핥고 있다

그들의 둥지 속을 샅샅이 훔치고 있는

이카로스를 닮은 하루의 눈빛

 

잃어버린 천국에 대한 기억마저 매립해버리는 도시-‘매립의 땅’-에서 살아야 하는 저 오리 새끼. 저 오리 새씨는 결국 모래의 무게에 짓눌려 하늘을 날 수 없을 테지만, 허망한 날갯짓으로나마 “땅 위에서” “모래 헤엄을 지치다 물갈퀴를 얻”게 된다. 시 쓰는 자 역시 하늘을 날 수는 없겠지만, 그는 시를 쓰는 몸부림을 통해 저 오리 새끼처럼 저공비행을 배우고 물 위를 건널 수 있는 물갈퀴를 얻게 될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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