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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뼈

등록일 2022-06-16 18:12 게재일 2022-06-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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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만

목욕탕에 앉아 옆 사람의 등을 밀면서

뼈는 활, 신경은 시위 아닌지 가늠한 적이 있다

가슴에 화살 하나 장전한 다음

줄을 놓자마자

날아갈 것 같은

날아가서 과녁 꿰뚫을 것 같은

 

등뼈는 배를 닮았다

굳게 뻗은 용골 위로 흰 돛 펼치고

산 너머 둥둥

바다 건너 훠이훠이

실어다주는

 

꿈은 등뼈를 닮았다(부분)

등뼈는 육신의 중추를 이룬다. 그래서 “꿈이 등뼈를 닮았다”는 말은, 꿈이야말로 삶의 중추임을 의미한다. 그런데 등뼈는 활 또는 배를 닮아서 꿈을 닮은 것이기도 하다. 등뼈는 주어진 운명을 거슬러 저 한계 너머로 삶을 실어다주는 배와 닮은 동시에, 화살을 저 너머의 과녁으로 날리는 활과 닮았다. 한계 너머의 ‘삶-과녁’이란 삶이 꿰뚫고자 희망해왔던 꿈의 대상일 터, 꿈은 그 대상에 데려다 주는 동력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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