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만
목욕탕에 앉아 옆 사람의 등을 밀면서
뼈는 활, 신경은 시위 아닌지 가늠한 적이 있다
가슴에 화살 하나 장전한 다음
줄을 놓자마자
날아갈 것 같은
날아가서 과녁 꿰뚫을 것 같은
등뼈는 배를 닮았다
굳게 뻗은 용골 위로 흰 돛 펼치고
산 너머 둥둥
바다 건너 훠이훠이
실어다주는
꿈은 등뼈를 닮았다(부분)
등뼈는 육신의 중추를 이룬다. 그래서 “꿈이 등뼈를 닮았다”는 말은, 꿈이야말로 삶의 중추임을 의미한다. 그런데 등뼈는 활 또는 배를 닮아서 꿈을 닮은 것이기도 하다. 등뼈는 주어진 운명을 거슬러 저 한계 너머로 삶을 실어다주는 배와 닮은 동시에, 화살을 저 너머의 과녁으로 날리는 활과 닮았다. 한계 너머의 ‘삶-과녁’이란 삶이 꿰뚫고자 희망해왔던 꿈의 대상일 터, 꿈은 그 대상에 데려다 주는 동력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