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주
길마저 몸을 숨겨버린 하늘
새벽에 가닿기 전
우리는 별처럼 반짝일 수 있을까
아직 폭풍우는 그치지 않았는데
가시 돋은 바람은 언덕 하나 넘었을까
길이 어디냐 물어도 대답 없는 어둠뿐
밤하늘 살갗 뚫고
불그스레한 낯빛 하나가 막 지고 있다.
망월, 그 언덕에 (부분)
길은 보이지 않고 폭풍우는 그치지 않는 밤. 이는 현 세상에 대한 상징적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비록 언제 올지 모를지라도 새벽이 오긴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어둠 속의 그림자 되어 달을 바라본다. 달은 새벽의 도래라는 희망을 전망으로 바꾸어주는 상징물이다. 시인은 이 세상에서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존재하지만 그의 희망이 체현된 달을 바라보면서 이 어둠의 현실 너머를 전망하며 살아나간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