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연
중의 처소들이 미분양된 동절기
바닥에 쌓인 처방전은 둥지의 흔들리는 문패다
알약이 몸 안으로 들어가면 초인종처럼 벨이 울리고
늦가을 길을 걷다가 낙엽 하나 들어 올리는 것도 날개를 다는 일인데
팔과 날개를 바꿀 때 잃어버린 나사는 찾을 수 있을까?
시인은 알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아프다. 날개를 상실했다. 날개 대신 노동하는 팔을 달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여 새들이 거주하는 ‘공중의 처소들’에 거주할 수 없다. 하지만 동경하는 하늘의 세계와 병든 자신의 심신 사이의 거리에 대한 아픈 인식은 시인의 시 쓰기를 추동하는 동력이 될 터. 아직 ‘미분양된’ 처소들이 아직도 하늘에 있다는 것을 인식한 시인은 그 처소들로 ‘비상’하겠다는 꿈을 접지 않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