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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의 날

등록일 2022-06-13 18:09 게재일 2022-06-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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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계영

크고 유명한 병원이 있는 동네라면

아무 버스나 잡아타도 병원에 갈 수 있다

 

공단에서 병원으로, 각돌 구름을

대학에서 병원으로, 방석처럼 깔고 앉은 태양이

병원에서 병원으로, 끝없이 끝없이

 

아파질 날들은

편리하게 수송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머지않아 만난다 버스 안에서

울상을 들켜버리고 쉽게 낙담하는 마음을 알아보면서

죽을 뻔한 경험 속에서도 오로지 웃음거리를 찾기 위해서

 

버스 차창에 누군가 손가락 글씨를 적어둔 흔적

다음 순서는 무엇입니까(부분)

사람들은 병들었다. 특히 노동자(‘공단’)나 젊은 학생들(‘대학’). 사실 사회가 아픈 이들로 가득 차 있으니 사회 자체가 병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미래는 “아파질 날들”이며, 현대성은 그 날들로 사람들을 “편리하게 수송”하는 데에 있다. 버스 차창에 적힌 “다음 순서는 무엇입니까”란 손가락 글씨. 제목에 따르면 ‘다음 순서’란 “마침내의 날”일 것이다. “죽을 뻔한” 날이 아니라 진짜 죽음이 이루어지는 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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