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
장미꽃이 피어 있었어
가장자리가 환했었지
웃음을 나눴던 우린
여전히 초록이었어
시간은 멈춰 있었어
흔적으로 눌린 기억
나란히 손잡은 채
반듯하게 누워서
겹겹이 소원을 빌며
글자를 새겼어
우리는 입을 다문 채
아름답게 짓눌렸어
“가장자리가 환”한 장미꽃처럼 피어 있었던 ‘우리’의 사랑은 이제 압화(押花)로만 남아있다. 그 시절 서로 웃음을 나누웠던 ‘우리’는 푸릇푸릇한 초록이었다. 시간이 멈추고 아름다움만 존재했던 사랑. 이 사랑스러운 이미지는 이제 “흔적으로 눌린 기억”으로만, 즉 압화로만 존재한다. 서로 손을 붙잡고 누워서 환하게 피어 있던 ‘우리’는 그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 “아름답게 짓눌”려 압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