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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화

등록일 2022-06-12 18:03 게재일 2022-06-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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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장미꽃이 피어 있었어

가장자리가 환했었지

 

웃음을 나눴던 우린

여전히 초록이었어

 

시간은 멈춰 있었어

흔적으로 눌린 기억

 

나란히 손잡은 채

반듯하게 누워서

 

겹겹이 소원을 빌며

글자를 새겼어

 

우리는 입을 다문 채

아름답게 짓눌렸어

“가장자리가 환”한 장미꽃처럼 피어 있었던 ‘우리’의 사랑은 이제 압화(押花)로만 남아있다. 그 시절 서로 웃음을 나누웠던 ‘우리’는 푸릇푸릇한 초록이었다. 시간이 멈추고 아름다움만 존재했던 사랑. 이 사랑스러운 이미지는 이제 “흔적으로 눌린 기억”으로만, 즉 압화로만 존재한다. 서로 손을 붙잡고 누워서 환하게 피어 있던 ‘우리’는 그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 “아름답게 짓눌”려 압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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