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
오래전 시인은
문 열어라 꽃아, 독백을 중얼거렸고
다른 시인은
문 열어라 하늘아, 은산철벽 앞에 서 있었다
이제 우리는 가라앉아 있는 것들과 마주하기
이미 지나간 일이라 말하는 자들과 대치하기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이 아닌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보여주어야 한다
문 열어라 마음아
마음아 문 열어라
꽁꽁 얼어붙은 바다 아래
꽝꽝 선언하는 광장 향해 (부분)
“가라앉아 있는 것들과 마주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을 듣고 모아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 이제 시인인 ‘우리’가 할 일은 그것이라고 이은규 시인은 ‘선언’한다. 그것은 광장이 된 “바다 아래”-세월호가 가라앉았던-에서 표명되는 선언들을 듣고 그 선언들을 시의 선언으로 변환-채시-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래전 시인”의 길을 따라 “마음아 문 열어라”라며 바다 아래 광장을 향해 귀를 열고 서 있어야 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