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가눌 길 없는 슬픔에 잠겨
창가에 기대섰던 어느 밤
드넓은 저수지를 건너던 어둠은
우뚝 멈춰선 검은 옆구리에
한사코 손톱만 한 불빛 몇 점을 걸어두었다
옛날이거나 미래인 어느 밤
내면의 불빛 모두 꺼진 당신 하염없이
창밖을 응시할 때
당신으로부터 머나먼 나의 창 또한
그런 불빛 한 점
내가 다시 울고 있는 밤일지라도
저 어둠의 ‘옆구리’에서 빛나는 불빛, 그 불빛을 응시하는 당신을 비추는 창,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나의 창”은 서로 희미한 불빛을 주고받고 있는 중이다. 이 주고받음은 “옛날이거나 미래인 어느 밤”에 이루어진다. 과거의 열렬했던 사랑 역시 저 멀리서 불빛을 반짝이고 있을지 모를 터, 현재가 이 불빛에 화답할 때, “나의 창”은 미래에 도래할 사랑의 재점화를 향해 반짝이는 “불빛 한 점”이 될 수 있으리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