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용
꽃은 꽃을 떠났다 스스로 뿌리 없는 꽃이 되었다
허공의 꽃이 되었다 바다의 꽃이 되었다
한세월 훅 지나가버린 어느 날
뿌리 없는 꽃이
그리움에 돌아와 꽃을 찾았다
그러나 꽃은 이미 시들어 그 흔적조차 없었다
그렇게 영영 허공의 꽃이 되었다
- ‘나비’(부분)
지상에 붙어 있는 꽃의 일부였던 ‘나비’는 그 꽃을 떠나 허공의 꽃이 되었는데, “한세월 훅 지나가버린 어느 날” 그리움에 다시 지상의 꽃을 찾았지만 그 꽃은 시들어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나비는 “영영 허공의 꽃이” 되어서 어머니를 잃은 것처럼 자신의 근원을 찾을 수 없게 된 것. 사랑을 영영 놓쳐버리고 외롭게 이 세상의 바다를 날아가야 하는 나비, 시인은 사랑을 잃은 자신을 그런 나비라고 생각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