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환
사람을 보면 우울하다 걸어 다니는 물이다
뛰어다니는 물이다 작은 우물이다
가라앉는 물이다
바다에 비가 내리면 몸속에 새 물이 돋는다
울먹이는 사람도 물이다
우물이다 문이 닫힌 우물이다
입으로 물이 쳐들어와 우물우물 말할 수 없는 우물이다 (부분)
‘우울->우물->울먹->우물우물’로 이어지는 말의 유희는 의미를 말 아래로 미끄러트린다. 그래서 재밌게 읽히지만, 이 시를 관통하는 정동은 우울이다. 시인의 마음에 비가 내린다. 그 비는 마음에 고여 우물이 되고, 그 우물은 우울이 되며, 우울의 물은 입까지 ‘쳐들어와’ 시인은 “우물우물 말할 수 없”게 된다. 하여, 우울로 가득 한 마음은 시인이 말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시인을 이끌게 만드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