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석
안개 속
잠이 덜 깬
다물도
요강을 들고
갯가에 나온
할머니
요강 비우는 소리에
기지개를 켜는
배들
니야오니야오
암구호를 주고받는
갈매기들
안개가 물러나니
알몸을 드러내는
갯가
할머니의 “요강 비우는 소리”가 바로 아침을 불러들인다. 배들은 “기지개를 켜”고 갈매기들은 날이 밝았다는 것을 서로에게 알려주는 듯 “암구호를 주고받는”다. 이에 호응하여 “안개가 물러나니” 갯가가 선연히 자신의 “알몸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자연의 만물은 자력에 이끌리듯이 서로 화답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리는 이 힘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자연 속에는 사랑의 힘이 잠재해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