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금주
가난하다는 것은
높은 산을 휘감는 구름과 하늘
바람의 냄새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산의 밑둥에서부터
흙과 돌멩이와 풀들의 소근거림을
제 몸에 녹여
만남과 헤어짐의 꽃 같은 몸살 길을
따라 걸으며
우물의 깊은 뿌리 근처에서
온몸을 침수시켰다는 것이다
본향의 향기에 가까워질수록
작열하는 노을의 옷을 입고 날갯짓 하는
가난하다는 것은 (부분)
본향이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 속 깊숙이 존재하는 행복의 기억과 관련된다. 행복이란 세계의 품에 안겨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가난하다는 것”은 저 행복했던 시간-본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를 사랑”하는 것이며, 본향에 닿기 위해 “우물의 깊은 뿌리 근처에서/온몸을 침수시”키는 것이다. 시인에게 시 쓰기란 본향의 향기에 이끌려 ‘작열’하듯이 ‘날갯짓’하며 마음의 근본에 다가가는 행위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