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신선
올 겨울 제일 춥다는 소한(小寒)날
남수원 인적 끊긴 밭 구렁쯤
마음을 끌고 내려가
항복받든가
아니면
내가 드디어 만신창이로 뻗든가
몸 밖으로 어느 틈에 번개처럼 줄행랑치는
저
눈치꾸러기 그림자.
시인은 마음과의 싸움을 선언한다. 싸움의 1라운드는 제일 추운 날로 선택한다. 살을 에는 추위가 정신을 번뜩 차리게 해줄 것이기에. 싸움의 장소는 “인적 끊긴 밭 구렁쯤”으로 정한다. 마음과의 싸움은 고독하게 해나가야 하기에. 하지만 마음과의 싸움을 해보기도 전에 이미 자신의 그림자 마음은 벌써 눈치 빠르게 도망쳐버린다. 마음을 붙잡으려고 하자마자 그 마음은 금방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