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빠르게 당신의 목숨을
밟고 지나가는
부지런한 죽음이 일을 하고 있다
아주 사소한
늘
당신이 걸어왔던
닳고 닳아 꼭 닫히지 않은
문지방을 넘어 가는
부지런한 집개미를 밟으며
아주 가볍게
죽음이
그 흔한
일을 하고 있다
“당신의 목숨을/밟고 지나가는” 작업은 죽음에겐 사소하고 흔한 일이다. 마치 우리가 개미를 밟고 지나가듯이 죽음 역시 우리를 밟고 지나간다. 저 “부지런한 집개미”는 가정을 지탱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동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가리킨다. 사실 노동시간과 자살률이 OECD 국가에서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노동자들은 저렇게 죽어나가고 있지 않는가. 부지런한 노동은 “부지런한 죽음”에 짓밟히는 삶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