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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죽음이

등록일 2022-05-30 18:07 게재일 2022-05-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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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빠르게 당신의 목숨을

밟고 지나가는

부지런한 죽음이 일을 하고 있다

아주 사소한

당신이 걸어왔던

닳고 닳아 꼭 닫히지 않은

문지방을 넘어 가는

부지런한 집개미를 밟으며

아주 가볍게

죽음이

그 흔한

일을 하고 있다

“당신의 목숨을/밟고 지나가는” 작업은 죽음에겐 사소하고 흔한 일이다. 마치 우리가 개미를 밟고 지나가듯이 죽음 역시 우리를 밟고 지나간다. 저 “부지런한 집개미”는 가정을 지탱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동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가리킨다. 사실 노동시간과 자살률이 OECD 국가에서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노동자들은 저렇게 죽어나가고 있지 않는가. 부지런한 노동은 “부지런한 죽음”에 짓밟히는 삶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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