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거름
속에
말없이 서 있는
흠 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끓는 영혼을.
잎사귀를 떼어 버릴 때
마음도 떼어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한 시적 영혼의 궤적장석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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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
시인은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기를 원한다. 그 시간은 마음의 시간이어서, 잎사귀 떼듯이 “마음도 떼어버”릴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빈 벌판”의 저 겨울나무는 그 경지에 다다른 존재자다. 시인은 동일시를 통해 “당분간 폐업”하는 저 겨울나무처럼 “들끓는 영혼을” 잠시 떼어버리고, 시간의 흐름 바깥에서 “깡마른 체구로” 존재하려고 한다. 그것은 삶을 내면에 응축하고자 하는 열망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