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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등록일 2022-05-29 17:56 게재일 2022-05-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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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거름

속에

말없이 서 있는

흠 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끓는 영혼을.

잎사귀를 떼어 버릴 때

마음도 떼어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한 시적 영혼의 궤적장석주론

369

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

시인은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기를 원한다. 그 시간은 마음의 시간이어서, 잎사귀 떼듯이 “마음도 떼어버”릴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빈 벌판”의 저 겨울나무는 그 경지에 다다른 존재자다. 시인은 동일시를 통해 “당분간 폐업”하는 저 겨울나무처럼 “들끓는 영혼을” 잠시 떼어버리고, 시간의 흐름 바깥에서 “깡마른 체구로” 존재하려고 한다. 그것은 삶을 내면에 응축하고자 하는 열망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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