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부
共同山은
오순도순 가깝게 지내는 넋들이
저마다 더운 가슴으로 저를 덮는 山.
흰 옷깃 적신 사람들 다 돌아간 뒤에
무덤들끼리 둘러앉아 이 세상 굽어보며
나직나직 이야기하는 山.
드디어 와야 할 것을 미리 알고도
억새풀 흔드는 바람에게나 귀띔해줄 뿐
눈 비비며 드러눕는 山.
고요한 山, 넉넉한 山
숨을 죽이고 광주를 지켜보는 山.
공동산은 달빛에 젖어서
슬픔으로 저를 번뜩이는 山.
‘공동산(共同山)’이란 마을 공동묘지가 있는 산이다. 이곳에는 죽임을 당한 자들의 넋들이 “오순도순 가깝게 지내”며 한 마을을 이루고 있다. 이 ‘공동산’에 묻힌 주검들은 바로 1980년 군부에 의해 살육당한 자들의 시신일 터, 이 산은 “숨을 죽이고 광주를 지켜보”고 있다. 살육된 자들의 넋들이 “저마다 더운 가슴으로 저를 덮는” 이 마을이야말로 이성부 시인에게는 80년 이후의 “시가 사는 마을”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