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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게 上策이다

등록일 2022-05-19 18:09 게재일 2022-05-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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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규

새지 않으면 소리가 되지 않는다 음악이 되지 않는다 노래가 되지 않는다 구멍으로 새어야 소리가 된다 막히면 끝장이다 한 소식도 들을 수 없다 새는 게 상책이다 새지 않으면 사랑도 되지 않는다 몸을 만들지 못한다 새끼를 만들지도 못한다 막히면 끝장이다 새는 게 上策이다 달도 뜨지 않는 그런 여자 하나가 바다가 출렁대지도 않는 그런 여자 하나가 오지도 않는 보름사리 때를 부르며 슬피 울고 간다 새는 게 上策이다

 

샐 수 있는 구멍이 있어야 소리가, 노래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구멍이 없으면 사랑도, 몸도, 새끼도 만들어낼 수 없다. 이 구멍은 온 몸이 뚫려 있어 세상을 다 빨아들일 수 있는 황홀한 상처인 꽃과 같을 것, 그것은 또한 ‘새끼’를 낳는 여자의 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시 쓰기란 자신의 몸에 여자의 음문을 파고는, 그 음문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어나가게 하여 ‘새끼’를 낳는 작업, ‘여자 되기’의 작업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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