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명
가스레인지 위에 눌어붙은 찌개국물을 자기 일처럼 깨끗이 닦아줄 사람은
언제나처럼 단 한 사람
어젯날에도 그랬고 내일날에도 역시 그럴
너라는 나, 한 사람
우리 지구에는 수십 억 인구가 산다는데
단 한 사람인 그는
그 나는
별일까
진흙일까(부분)
‘내’가 ‘단 한 사람’이라는 발견, 그 발견은 찌개국물을 닦는 나의 육체 활동으로부터 이루어진다. ‘너’는 나의 육체이다. 이 육체의 지속성이 ‘나’라는 ‘단 한 사람’을 구성할 수 있는 지반이다. 나아가 시인은 묻는다. 이 육체는 어떤 물질인가? 별인가 진흙인가? 이 물음은 이렇게 바꾸어 말할 수도 있겠다. 삶의 본질은 단독자의 존재로부터의 승화에 있는가, 단독자로서 타인과 뒤섞이는 이 지상의 현실에 있는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