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뜨거운 김을 쐬고 퇴근 무렵 자동차에 몸을 싣는다. 내 얼굴에 붉은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사람들은 이미 죽음 직전의 표정을 연습하고 있다. 나는 두통을 이기기 위해 투구를 쓴다. 도도한 웃음을 연습한다. 열기를 보았다. 빛이 열기 속에서 반짝반짝 드러났다. 시장(市場)이다. 죽음의 얼굴을 파는 시장이다. 뜨거운 빛 속이다. (부분)
도시를 상징화 하는 ‘황하’는 또한 시장이기도 하다. 시장의 “사람들은 이미 죽음 직전의 표정을 연습”하며, 시인 역시 투구를 쓰고 얼굴을 가린 채 “도도한 웃음을 연습”한다. 이들이 상대방을 공격적인 눈빛-이 “뜨거운 빛”이 ‘황하-사막’의 열기를 만든다-으로 바라보며 짓는 웃음이란 시장에 팔리기 위한 웃음, 즉 진실한 삶을 죽이는 웃음이다. 시인은 이 죽은 표정들의 흐름을 ‘붉은 물줄기’로 상징화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