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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등록일 2022-05-15 17:55 게재일 2022-05-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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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하일

넌 몸 돌려 날 돌아보았다.

난 너를 새벽 종소리 같은 목소리로

불렀기에.

황혼이 깃들었을 때

나무에서 떨어지는 잎사귀를

타이르는 목소리로 불렀기에.

난 나를

아침 이슬과

저녁때 지는 해와

저 하늘의 저 양초와

눈물 한 방울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거미집 같이 휘날려버리는 바람을 타이르는 소리로 불렀기에…

넌 몸 돌려 날 보았다.

당장 포플러나무의 솜털이 날라 와

나의 손바닥과 너의 손바닥에 하얀 구름으로 앉았다.

지금 삶의 황혼에 서 있는 시인은 떨어지고 있는 잎사귀를, 즉 소멸로 다가가는 삶을 타이르듯이 부른다. 그러자 다시 열린 새벽이 시적인 시공간을 열고, 손바닥에 날아온 솜털이 하얀 구름이 되는 시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 구름에는 시인-의 삶을 형성했던 고유한 시간들-“아침 이슬”, “지는 해”, “양초”, “눈물 한 방울”, “어린 시절의 추억” 등-이 담겨 있다. 고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일으키는 사건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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