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하일
넌 몸 돌려 날 돌아보았다.
난 너를 새벽 종소리 같은 목소리로
불렀기에.
황혼이 깃들었을 때
나무에서 떨어지는 잎사귀를
타이르는 목소리로 불렀기에.
난 나를
아침 이슬과
저녁때 지는 해와
저 하늘의 저 양초와
눈물 한 방울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거미집 같이 휘날려버리는 바람을 타이르는 소리로 불렀기에…
넌 몸 돌려 날 보았다.
당장 포플러나무의 솜털이 날라 와
나의 손바닥과 너의 손바닥에 하얀 구름으로 앉았다.
지금 삶의 황혼에 서 있는 시인은 떨어지고 있는 잎사귀를, 즉 소멸로 다가가는 삶을 타이르듯이 부른다. 그러자 다시 열린 새벽이 시적인 시공간을 열고, 손바닥에 날아온 솜털이 하얀 구름이 되는 시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 구름에는 시인-의 삶을 형성했던 고유한 시간들-“아침 이슬”, “지는 해”, “양초”, “눈물 한 방울”, “어린 시절의 추억” 등-이 담겨 있다. 고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일으키는 사건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