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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등록일 2022-05-12 18:57 게재일 2022-05-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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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

넓은 들판에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비가 한바탕 쏟아지자

사람이 어디서 나타났다.

그 사람이 뛰어 갔다.

참 조용하다.

미루나무는 서 있을 테지만

어디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뛰어간 사람이 여자였을까

한 행으로 이루어진 1연이 시의 나머지 부분과는 외따로 떨어져 있다. “넓은 들판에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것처럼. 그로써 고독하게 서 있는 나무의 모습이 도드라진다. 그리고 비가 쏟아지고 여인일지 모르는 사람이 뛰어간다. 하지만 나무는 그대로 서 있을 수밖에 없고 다만 “뛰어간 사람이 여자였을까”라고 중얼거릴 뿐이다. 저 홀로 서 있는 나무가 세상을 뜨신 시인 자신임을 알고 있는 우리에게는, 저 중얼거림이 슬픔을 자아낸다. 그 중얼거림에는 버리지 못하는 그리움이 묻어 있기에 그렇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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