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관
국가와 국가 사이에 시푸른 바다가 있다
넘실대는 물결을 태양이 바라보고 있다
물길을 가르며 정어리 떼가 태평양으로 가고 있다
정어리 떼를 천천히 뜯어먹으려
상어가 이빨을 빛내고 있다
조국은 숱한 장벽으로 나뉘어졌고
유배지는 통째로 절벽인데
버림받음과 버림받음 사이에 바다가 있다
바다는 폭발점을 품은 채
적도 쪽으로 흐르고 있다
국가가 태어나기 이전에
이념보다 더 깊은 곳에
이름을 가지지 않은 심해가 있다
‘경계-장벽’은 삶을 분리시키고 고립시키겠지만, “통째로 절벽”인 “유배지”로 버림받은 사람들 사이에는 바다가 존재한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 있는 “시푸른 바다”. 정어리 떼와 그 정어리를 뜯어먹으려는 상어가 함께 돌아다니고 있는 그 바다는 “적도 쪽으로”, 즉 “폭발점”인 0도를 향해 흐른다. 그 바다 속 깊은 곳에는 국가의 장벽을 폭파시키고 유배지를 범람하게 할 수 있는 어떤 힘이 잠재해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