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용
쓸어 담을 것과 남겨야 할 것의 구분도 잊은 채
모든 것을 쓰레기차 톱니바퀴가 집어삼킨다
지나온 바퀴자국을 쓸어 담기도 모자란 시간,
떼어먹은 임금 돌려달라고 거리서명을 받으며
스쳐 가는 바람같은 무심한 희망일지라도
너무나 인간적으로 잡아보는 숨결들
우리도 사람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어찌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 있을까
(….)
공단이 주는 옐로카드를 면하기 위해
가장 더러운 몸이 되어야 할 때, 지금 들에 핀
땀꽃은 더 이상 아침길 위에서
발에 모터를 달고 달리지 않는다(부분)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쓰레기차 톱니바퀴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세태를 상징한다. 우리가 살아온 고유한 시간들이 톱니바퀴에 의해 산산조각 나버리는 한국 사회. 하나 시인은 인성을 파괴하는 이 사회 체제에서도 인간적인 것이 살아 있음을 해고 노동자에서 찾아낸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그 노동자의 말은 “무심한 희망일지라도” 인간적인 ‘숨결’의 표현이며, 이 시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