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오
저 홀로 직선으로 허공을 오르지 못하자
등나무는 그 푸른 힘을 밑으로 내려 퍼뜨린다.
저 홀로 땅 속에 곡선으로 휘어 뻗은 뿌리는
팔방으로 이리저리 퍼져나가다가
불쑥불쑥 밭고랑에 새 가지를 돋아올린다.
새 가지는 새순 내어 사방팔방을 더듬어보다가
휘감을 나무가 없으면 구불구불 엎드린다.(부분)
하늘로 오르려 했던 사람이 결국 오르지 못했을 때 얻게 되는 이미지가 이 휘어지고 엎드리는 나무 아닐까. 더이상 하늘로 오르지 못하면 반대로 삶의 힘을 밑으로 내려 지상에 퍼뜨림으로써 삶의 비밀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테다. 이 휘어진 등나무는 장년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이미지겠지만 노쇠의 표현은 아니다. 왜냐하면 저 낮은 곳인 ‘밭고랑’에 나무는 “새 가지를 돋아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