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덕기
조붓한 산길마다
바람이 휘돌아오면
기진한 플라타너스 손들이 땅에 나뒹군다
햇살을 담아 한철 그늘을 짓던
푸른 손들
찬바람에 물기가 말라버린
갈색 손들이 버석버석 소리를 지른다
바람을 다독이며
햇살을 담아내던 중노동으로
나무를 놓친 손등이 거칠하다
시인은 저 플라타너스 낙엽에서 노동하는 삶의 운명을 본다. 흥미로운 것은 ‘이파리’에서 삶의 핵심을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파리는 나무의 끝에서 자라나는, 삶의 중심에서 벗어난 주변부의 존재처럼 여겨진다. 인간의 육체에 비기자면, 머리도 아니고 심장도 아닌 손에 해당하는 존재. 그러나 일하기 위해 쓰이는 손, 나무를 먹여 살리다가 시들어버리는 노동하는 손이야말로 시인에게는 삶의 진실을 드러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