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석
염소는 심심한 족속,
수염을 기르고 있다.
풀을 뜯던 염소가 이따금 공중을 올려다보는 건
구름을 씹는 일
구름을 씹으며 눈을 감는 건
눈을 감고 실없이 웃는 건
수염을 다듬는 일, 구름을 달고 있는
저 근엄한 턱에서
검은 똥이 나온다.
수염은 독선의 정체, 적당한 그것이
스스로를 길들인다. 그러므로
혼자 있는 염소는 묶지 않아도 된다.
수염 때문에 달아나지 못한다.
저 심심한 족속인 ‘염소’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식인’들 아닐까? 염소가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수염에 “구름을 달고” 그 “구름을 씹”고 있는 염소는 시인에게 풍자의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필자는 ‘구름’을 점잖게 뜯으면서 근엄함을 뽐내는 염소에서, 지식을 내세우고 권위를 주장하지만 결국 자기의 권위의 근원인 ‘수염’ 때문에 발이 묶여 권력에 순응하는 기성 지식인들을 생각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