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
뭉쳐서 회전하는
저 새들은 언제 하나의 깃털을 떨어뜨리는가.
벌레들이 파먹은 뼈들
공중에서 움직이지 않는 바퀴들
태양을 좀먹는
창문들이
태양을 일제히 인쇄하는 아침
지문 없는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손을 섞는 아침
흩어져서 대열을 이루는
저 뿌리들은 언제 나무를 쫓아내는가.
이 시는 ‘아직’의 시간에, 하지만 곧 닥칠 전조의 시간에 놓여 있다. 무엇인가 곧 일어날 것만 같은 시간이 바로 이 시가 놓여 있는 ‘아직’의 아침이다. 그런데 그 일어날 사건은 불길한 무엇, 즉 추락이며 추방이다. “지문 없는 사람들”은 하늘로부터 추락할, 그리고 땅으로부터 추방될 시간 앞에 놓여 있다. 파멸의 시간으로 수렴되어 집적되는 이미지들의 연쇄는 불안한 예감과 전율로 진동한다. 이 시의 매력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