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후기
계고장이 날아들고
집 나갔던 자식들이 빈손으로 돌아와
어미애비를 파냈다
집이 무너지자
生死苦樂이 뿌리박았던 자리가
폐허로 변했다
굴착기가
쓰러진 기둥에 飯哈을 떠 넣고 있다
파골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유골함에 날아드는 진눈깨비가 분분하다
빈집이 무너진 자리,
어느 별의 지붕이자
세상의 가장 밑바닥인 그 자리에서
몸을 잃은 사람들이
모래알 같은 생쌀을 씹는다.
알다시피 철거는 그곳에 뿌리박고 살고 있었던 사람들을 알량한 보상금을 쥐어주고는 “生死苦樂이 뿌리박았던” 그 땅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일이다. 여기에서 살고자 하는 힘과 죽임의 권력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지만, 거의 언제나 돈과 무력을 갖춘 권력이 이긴다. 시인이 세상에 대해 갖는 임무 중 하나는, 바로 권력이 짜놓은 매트릭스 이면에 존재하는 피의 현실과 그 진실을 시로써 드러내는 일일지 모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