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
여름과 가을의 노래 사이를 망설이며 날다가
끝내 입을 다물고 날아가 버린다
바람은 철망에 매달려 간신히 꽃을 피운 늦장미와
또각또각 걷는 여자의 치마 사이에서 길을 잃고
햇살은 나팔꽃 줄기에 머물러 씨앗을 먼저 터뜨릴까
마타리의 몸 끝에서 꽃의 눈자락을 틔울까 망설인다
망설임, 비는 여름비와 가을비 사이를 망설이며 내린다
여름에서 가을로 건너갈 때
열기와 서늘함이 서로를 슬쩍슬쩍 건드리며
닿았다 풀려갈 때
나는 망설인다
마음속의 마음을 전할까, 감출까
무엇인가 망설인다는 것은 사랑에 지금 막 빠졌다는 징조다. 사랑에 빠졌기에 ‘나’는 “마음속의 마음을 전할까, 감출까” 망설인다.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 마음은 흔들리고 설렌다. 사랑이 시작되는 시간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그때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 것들은 망설임 속에서 존재 전화의 경계선에 놓인다. 가령 비는 여전히 여름비로 내릴 것인지 아니면 가을비로 전화할 것인지 망설이며 내리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