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梅雨期

등록일 2022-04-18 19:32 게재일 2022-04-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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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물푸레나무 앞으로 집을 짓는다

바람이 잘 통하고

자줏빛 그늘이 진다

귀가 없는 새가 와서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보고 싶은 사람이 온다기에

막 피어난

부용꽃 꽃잎으로 또 한 채

집을 짓는다

무엇인가 귓전을 매암돌다

멀리멀리 너울져간다

종소리 모양의

장맛비가 저만치 오고 있다.

 

시인은 상상의 힘으로 집-시-을 짓는다. ‘부용꽃 꽃잎으로’ 만들 수도 있는 비현실적인 집. 이 집은 상상의 시공간에 존재하기에 소리 없는 세계다. 그래서 귀 없는 새가 와서 자신의 집으로 삼을까 기웃거리는 집이다. 하지만 이 집의 바깥 세계에서 나는 장맛비 소리가 이 상상 세계 안으로 틈입하면서 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 소리와 소리 없는 상상 공간이 교차될 때 위의 시의 시적 순간이 마련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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