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기
지붕을 타고서 휘돌아온 바람이
물고기의 몸 흔들 때마다
얇아질 대로 얇아진 몸
추녀 끝에서 펄럭이던, 하지만 방향도 없이
찰랑 차르르 바람 속을 헤엄쳐 나가는
물고기의 몸 이미 있어도 없는
소리뿐인 몸이었네
계단 끝 텅 빈 마루방 하나,
이른 새벽 바람이 씻어내고 있었네(부분)
목어가 찰랑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시인은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 삶은 흔들리며 헤엄치는 소리만으로 존재한다는 깨달음. 그 소리는 보이지 않는 바람의 존재 역시 알려줄 터, 바람에 깎이고 휘둘려온 목어-삶-의 몸은 “얇아질 대로 얇아”져 있다. 시인은 저 소리가 가져온 깨달음을 통해 소멸해가는 시간 속에서 소리로만 남게 되는 몸을 인식하고, 소멸로부터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것이 우리 삶임을 발견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