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숙
소풍 가서 보여줄게
그냥 건들거려도 좋아
네가 좋아
상쾌하지
미친 듯이 창문들이 열려 있는 건물이야
계단이 공중에서 끊어지지
건물이 웃지
네가 좋아
포르르 새똥이 자주 떨어지지
자주 남자애들이 싸우러 오지
불을 피운 자국이 있지
2층이 없지
자의식이 없지
홀에 우리는 보자기를 깔고
음식 냄새를 풍길 거야
소풍 가서 보여줄게
건물이 웃었어
단순해 보이는 이 시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화자의 주체성이 완성된 건물과 같이 건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녀는 자의식을 건축할 의지가 없다. 무너진 건물에서 ‘너’를 좋아할 뿐이다. 그래서 소녀는 계단 끊긴 건물처럼 흉물스럽다. 하지만 시에서는 이 ‘미완성’ 자체가 긍정되면서, 불량하다고 해야 할지 순수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소녀의 단순한 진술이 낯선 시적 문법으로 전화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