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영
허공의 담즙이 흘러내릴 때
꽃은 다 쓴 생리대 하나씩 머리끝에 매단다
숨어서 냄새를 피우려고
결국 시체가 되려고
꽃은 핀다
허공에서
입술을 오므리고 있는 자줏빛 꽃잎들
사람들은 낯선 꽃이 피었다고
슬슬 피하기 시작한다
허공에 뱀 대가리 활짝 핀다
말라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 꽃송이
아름다운 독종이다
시 쓰기를 삶의 소화 과정이라면, 시 쓰기 속엔 담즙이 흐르고 있을 것인데, 이 시에서 담즙은 특이하게도 생리혈로 치환된다. 수정하지 못한 시간은 썩은 채로 쌓여 있다가 담즙에 의해 소화되면서 생리혈이 되어 배출된다. 그러자 자줏빛 맨드라미 꽃잎이 피에 젖어 있는 “다 쓴 생리대 하나씩 머리끝에 매”달며 피기 시작한다. 시의 탄생이다. 이 자줏빛이 지금은 고인이 된 박서영 시의 특색이라고 하겠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