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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등록일 2022-04-06 18:17 게재일 2022-04-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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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일몰 속에서 나는 우리가 꾸었던 꿈도

이루어지지 않은 꿈의 파편들도

다 그것대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꿈은 언제나 꿈의 크기보다 아름답게

손에 쥐어졌다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안타까움이 남아 있는 날들을

부축해 끌고 가는 것이다

내일은 다시 내일의 신전이 지어지리라

시대의 객체로 밀려나 폐허의 변두리를

걷고 있을 덥수룩한 수염의 그를 생각했다

 

익명의 쓸쓸한 편력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부분)

“사암으로 쌓은 성벽의 붉은 돌”일 ‘꿈의 파편들’은 일몰을 통해 그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꿈을 무너뜨린 그 시간의 힘이 역설적으로 꿈의 폐허 그것대로 아름답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잡았으나 사라져야 하기 때문에, 쓸쓸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아름다움. 이는 허무주의적인 아름다움은 아니다. 삶은 소멸할 운명이지만 그렇기에 삶은 더욱 살 만한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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