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잊혀진 노병들, 장사상륙작전을 말하다’ <br/>1950년 장사작전 800명 참전<br/> 72년 세월에 생존 20명 채 안돼<br/>피로 조국 지켜낸 헌신 잊혀져<br/>정부 ‘유공’ 논의에도 아직 감감<br/> 훈장 추서·수여 재검토돼야
1950년 한국전쟁 때의 전공으로 UN군 최고사령관이던 더글러스 맥아더(1880~1964·Douglas MacArthur)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
맥아더는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운 전우로 당신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는 내용의 서신을 통해 6·25의 전세를 극적으로 역전시킨 인천상륙작전에 큰 도움을 준 장사상륙작전 참여 학도병들을 치하했다. 참전 당시 평균 나이가 18~19세에 불과했던 장사상륙작전의 ‘군번 없던 병사들’은 현재 아흔을 넘긴 노인이 됐다. 800명 가까운 학도병 중 전투 당시 숨진 사람은 139명. 이후 72년 세월의 흐름 속에서 다시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현재 생존한 장사상륙작전 참전 학도병은 채 20명이 되지 않는다.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한 것은 맥아더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지만 한국의 군 통수권자도 장사상륙작전의 의미 있는 전과를 언급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6월 24일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장사상륙작전기념사업회 유병추(91) 회장을 지목하며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 공헌하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이듬해엔 육군 인사사령부 차원에서 장사상륙작전 참여 학도병들에 대한 훈장 추서(追敍·사후에 훈장을 주는 것)와 수여가 한동안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논의와 조사가 있었을 뿐, 2년이 지난 2022년 4월 현재까지 장사상륙작전과 관련해 순국하거나, 부상당한 학도병들에게 훈장이 추서되거나 수여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한국전쟁 참전자 상훈(賞勳)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육군본부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과 한국군 문서에 실명과 공적이 정확하게 기록된 분들에 한해 서훈(敍勳) 추천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평무사를 지향하는 국가기관의 원칙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장사상륙작전 참전 전사자와 생존자들은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한 일.
20대 중반 뜨거운 피의 청년으로 장사상륙작전에 참여한 배수용 씨는 한국식 셈법으로 내년이면 100세가 된다. 그는 말했다.
“이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다만, 순국한 전우들의 애국심과 자발적 참전 선택이 옳았다는 것만은 인정받고 싶다.”
어떻게든 조국이 적의 손에 넘어가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신념 속에 맨몸으로 적진에 뛰어든 어린 학도병들에 대한 훈장 추서와 수여가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
정부는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말해왔다. 이 약속이 장사상륙작전 참전자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는 건 작지 않은 문제다.
이에 본지는 생존 학도병과의 인터뷰, 육군본부 관계자와 국회 국방위원과의 만남 등을 통해 장사상륙작전 참전자 훈장 추서와 수여에 관한 문제를 다시 검토해보고자 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