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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등록일 2022-04-05 17:10 게재일 2022-04-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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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웅

교회첨탑 위에서 여러 개의 조명등처럼

새들이 나란히 발들을 모으고 앉아있네


밝은 기억들은


이리저리 아래를 비추고 있다가


서치라이트 강열한 틈 사이로 빠져 나오네


도로 쪽 아래 한 쪽 모퉁이에 세워놓은 낡은 리어커


군고구마 구어 내는 드럼통에서 김들과 함께 섞여 나오는 올드 팝송들


낡은 기억들은 앞서간 것들을 뒤 따라갈 수 없기에


생각은 저 혼자 비에 젖다가


포물선 꼬리를 물고 뒤 따라가다가


순간 생각의 끈 마디를 놓치네


그래 오늘은 너에게 주는 식은 추억 한 줄을 두 손으로 꼬옥 잡고 가네


남은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밝은 기억들’이란 아지랑이처럼 재생을 여는 추억들이다. 그 추억들은 우리의 삶을 ‘조명등’처럼 비추고 우리의 정신을 새처럼 가볍게 비상하도록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렇듯 우리를 고양시키는 그 기억들은 어느새 저 하늘 위로 날아가 사라져버리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기억들은 “이리저리 아래를 비추”어 어떤 형상을 붙잡으며 자신에 육체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이 시인에게 ‘귀향’이란 이런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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