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웅
교회첨탑 위에서 여러 개의 조명등처럼
새들이 나란히 발들을 모으고 앉아있네
밝은 기억들은
이리저리 아래를 비추고 있다가
서치라이트 강열한 틈 사이로 빠져 나오네
도로 쪽 아래 한 쪽 모퉁이에 세워놓은 낡은 리어커
군고구마 구어 내는 드럼통에서 김들과 함께 섞여 나오는 올드 팝송들
낡은 기억들은 앞서간 것들을 뒤 따라갈 수 없기에
생각은 저 혼자 비에 젖다가
포물선 꼬리를 물고 뒤 따라가다가
순간 생각의 끈 마디를 놓치네
그래 오늘은 너에게 주는 식은 추억 한 줄을 두 손으로 꼬옥 잡고 가네
남은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밝은 기억들’이란 아지랑이처럼 재생을 여는 추억들이다. 그 추억들은 우리의 삶을 ‘조명등’처럼 비추고 우리의 정신을 새처럼 가볍게 비상하도록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렇듯 우리를 고양시키는 그 기억들은 어느새 저 하늘 위로 날아가 사라져버리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기억들은 “이리저리 아래를 비추”어 어떤 형상을 붙잡으며 자신에 육체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이 시인에게 ‘귀향’이란 이런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