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인
바람 가득한 풀벌레소리에
낮별들 깨우는 가만한 새소리
자지러지게 울던 아이의 딸꾹질 소리
잔반처럼 남은
엊그제 천둥소리
숯덩이 하나 물에 젖어
푸시시 가슴 삭이는 소리
내 무릎 속의 그대
무릎을 징검돌처럼 더듬어
가을을 건널 때
슬픔이 고요해진 눈빛 같은 거
사랑이
틀어놓은 축음기 같은 거
내 무릎을 짚으면
방금처럼
그대 무릎이 다녀간다(부분)
사랑의 축음기는 슬픔을 고요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소리를 퍼뜨린다. 시인은 사랑의 발성, 그 표현을 시인은 “슬픔이 고요해진 눈빛”으로 상징화하는데, 그것은 사랑이 슬픈 운명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대’는 언젠가 내 몸속에서 세월의 ‘징검돌’을 건너 나의 몸으로부터 떠나가리라는 운명, “방금처럼/그대 무릎이 다녀”가리라는 운명. 사랑은 흘러가는 것이어서 헤어짐의 슬픔을 동반할 운명인 것이다. <문학평론가>